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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교직

학교 공동체를 살리는 회복적 생활교육

by theone 디원쌤 2020. 9. 5.

임용 합격 전, 「학교현장을 위한 회복적 학생생활교육」을 읽고 썼던 글.

‘왜 회복적 생활교육인가?’라는 질문, 그리고 그 답변은 회복적 생활교육을 배우기에 앞서 내가 마주했던 꽤나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기존의 나의 도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아니 생각해보지 못한 접근이었기 때문이다. 잘못된 행동을 처리할 때 나는 참 자연스럽게도 다음의 세 가지 질문을 떠올렸다. ‘어떤 법이 위반되었는가?’, ‘누가 위반하였는가?’, ‘어떤 형벌이 마땅한가?’ 사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이러한 과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본 적이 없다. 또한 이러한 처리방식이 어떤 효과를 불러일으키는지 돌아보지 못했다. 여론의 흐름에 따라 가해학생에 대한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만 생각했을 뿐, 가해자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는지, 피해자는 진정으로 보호받으며 그 피해가 회복되고 있는지는 살피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인지했을 때, 예비 상담교사로서 부끄러움을 느낄 뿐 아니라 뭔가 잘못되었음을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회복적 생활교육을 학교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왜 회복적 생활교육인가’에 대한 구성원들의 공감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책에서도 강조하듯, 회복적 생활교육은 하나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철학이자 사고의 틀이기 때문이다. 단위학교에서 회복적 생활교육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고자 한다면, 학교폭력을 바라보는 기존의 관점, 해결방식, 그리고 그 결과 등에 대해 함께 살피고, 그 대안으로서 적용할 수 있는 회복적 생활교육의 중요성을 구성원들이 함께 공유해야할 것이다. 구성원들의 관점과 철학, 그리고 학교의 문화가 변화될 때 회복적 생활교육이 학교에 건강하게 뿌리내릴 수 있다. 내가 느꼈던 이 충격과 관점의 변화가 더 많은 교사, 그리고 학교 구성원에게 전해져, 많은 이들이 회복적 생활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다음으로, 회복적 생활교육은 무엇이며, 어떠한 긍정적 효과를 야기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응보주의적 접근 방식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자신의 행동에 응당한 대가를 받았는지에 초점을 둔다. 반면, 회복적 접근은 가해자들의 필요, 그들의 행동의 결과로 야기된 책임과 의무, 피해자의 진정한 회복에 초점을 맞춘다. 또한 모든 참여자가 함께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하고 향후의 긍정적 변화를 꾀한다. 즉, 가해자는 진심으로 반성하고 책임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며, 피해자는 진정한 피해의 회복과 안전감을 얻을 수 있다. 나아가 관계회복을 가능하게 하는 공동체의 토대가 형성되어 공동체가 진정한 치유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접근은 결국 우리 교육이 지향하는 방향, 즉 모든 구성원이 행복하고 안전한 학교가 되는 데에 중요한 발판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즉각적인 처벌식, 인과응보식 접근이 편리하고 정당한 개입방식처럼 보일 수 있으나,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할 분명한 방향을 생각한다면 조금 생소할지라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회복적 생활교육의 적용에 대해 고민해보아야 한다.

책에서는 학교 현장에서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실천원리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 몇 가지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관계’를 중시해야 한다. 학교의 진정한 안전은 서로 존중하는 관계를 만들어갈 때 생기므로, 잘못된 행동과 피해를 관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안하는 것이 좋다. 처벌만 내린 후 가해자와 피해자, 또한 공동체 전체의 관계의 회복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무책임한 개입으로 끝날 수 있다.

또한 규범을 어긴 부분을 지적하기보다 피해가 발생한 부분에 초점을 두어야한다.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모든 사람이 참여하여 피해자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한데, 개인적으로 이러한 해결방식은 큰 통찰을 주었다. 가해자에게 규칙 위반의 내용과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설명하기보다 그의 행동이 다른 이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알게 하는 과정은 회복적 접근에 있어 핵심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수업시간과 책을 통해 접한 많은 사례들에서, 가해자는 이러한 과정을 거친 후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생각할 수 있었으며, 스스로 반성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었다. 그 뿐 아니라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정확한 사건의 정황을 파악하고 진정한 사과를 받음으로써 안전함을 느끼고, 피해를 회복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었다.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에 대해서 이러한 접근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언젠가 이러한 방식으로 갈등을 풀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과 모델을 이용하여 회복적 생활교육을 적용할 수 있을까? 책의 저자는 여러 가지 모델을 설명하기에 앞서 평화롭고 회복적인 학교환경 조성의 중요성을 먼저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이 전제되어야 특정 모델의 학교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평화롭고 회복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사가 먼저 회복적 실천의 모델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교수님께서는 교사집단의 특성을 서로 친하지 않은 전문가 집단이라고 설명하신 적이 있다. 집단의 특성상 서로 독립적일 수는 있으나, 교사들의 행동과 문화를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보고 배우므로 교사가 먼저 적극적으로 회복적 실천을 노력할 필요가 있다. 학교에 회복적 프로그램을 도입하지 않아도 교사가 먼저 회복적 정의를 바로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한다면, 학교에서 회복적 정의가 자연스럽게 실현될지도 모른다. 이외에도 학생들이 스스로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게 하는 것, 배려와 존중이 가능하도록 여러 기회와 환경을 조성하는 것, 갈등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도록 교육하는 것 등을 통해 평화학교의 특성을 갖춰갈 수 있다.

책에서는 다양한 회복적 생활교육의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서클모임, 당사자 대화모임 등 회복적 접근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모델과 방법들이 존재하지만, 이들은 여러 영역에서 상황에 맞게 발현된 창의성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즉, 회복적 실천이라는 한 방향을 향하고 있으면서, 상황에 맞는 창의적인 해결을 위해 다양한 모습을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런 관점에서, 교사는 어떠한 방식에 얽매일 필요 없이, 공동체 회복의 목적을 지향하며 상황에 맞게 문제를 풀어가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그 과정을 교사 혼자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학생과 공동체 구성원들과 함께 해결해가는 것이 회복적 생활교육을 실천할 때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모든 학생의 회복과 재통합’이라는 회복적 생활교육의 목표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서 관심을 가진 것은 ‘재통합’이었다. 사실 학교 현장에서 구성원들이 공동체에 재통합되지 못하는 사례가 참 많다. 가해자에게 처분을 내렸음에도, 피해자에게 보호조치를 취했음에도 이들은 그 조치 이후에 공동체에 온전히 소속되지 못한 채 더 힘든 학교생활을 하게 되기도 한다. 벨린다 홉킨스가「정의로운 학교, 회복적 정의를 위한 통합적 학교 접근법」에서 정리한 것처럼, 진정한 회복적 정의 방법은 관계를 문제 해결의 중심에 둔다는 원칙아래, 사전 예방과 사후 회복의 측면이 함께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폭력 가이드는 학교폭력 사안을 처리하는 데 있어 교사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자칫 교사로 하여금 해야 할 조치를 모두 취했다는 식의 무책임한 자세를 갖게 할 수 있다. 교사는 이러한 점을 유의하고, 모든 학생의 회복과 재통합이 이루어졌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회복적 생활교육은 학교폭력의 개입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그 중요성과 가치가 많은 곳에서 입증되었다. 현재 우리나라도 회복적 생활교육의 필요성을 깨닫고, 이를 현장에 적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학교에서 회복적 정의를 현장에 깊게 뿌리내리는 것이 어렵다는 고충을 털어놓기도 한다. 교사와 학생 간의 신뢰관계가 상당부분 손상되고, 학업을 중시하는 풍토로 학생들이 관계와 경청, 소통과 관련된 능력이 부족한 실정에, 회복적 생활교육은 우리에게 그저 이상적이고 먼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의 말미에서 조금의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출발점은 어쩌면 회복적 정의의 가치와 요소가 이미 실천되고 있는 지점에서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하고 있는 자리에서 시작하라. 그리고 거기서 더 해 나가라."는 경언을 기억하자. 우리가 옳은 일을 표방하고 추구하면, 그릇된 일을 바로 잡는 일에 힘과 창의력과 영감을 얻게 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거기서부터 시작하자.' 이 말이 참 힘이 된다. 처음부터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지금 있는 자원에 집중하며 더 나아지도록 노력하는 것, 그리고 올바른 일임을 확신한다면 포기하지 않고 그 길을 가는 것이 지금 학교와 교사에게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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