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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책

수레바퀴 아래서 – 헤르만 헤세

by theone 디원쌤 2018. 8. 27.

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

이 책은 헤세의 청소년기 자기치료를 위한 자전적 소설이다. 주 시험에 합격하고 신학교에 입학하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에 학교를 나온 점 등, 이 책의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는 헤르만 헤세와 참 많이 닮아있다. 헤세가 청소년기에 고민했을 삶과 의미에 대한 고찰을 한스를 통해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책을 읽어 내려가며, 수레바퀴 아래 깔리지 않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나를 발견하고, 이러한 삶을 조장하는 사회의 압력과 교육의 문제점을 돌아보며, 무엇보다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기에 그들의 정서와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의 사명감을 새길 수 있었다.

 

#수레바퀴 아래서

신학교의 교장선생님은 이런 말을 한다.

그래야지. 기운이 빠져서는 안 돼. 그렇게 되면 수레바퀴 아래에 깔리고 말거야.”

지금 내가 무거운 압력 속에 중대한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과정도 어쩌면 수레바퀴 아래에 깔리지 않기 위한 필사적 노력이지 않을까. 잦은 두통과 피로를 경험하는 한스에서 최근 심장이 쪼이는 듯한 긴장상태를 느끼고 있는 나를 돌아본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쉼 없이 달리게 하는 걸까. 그토록 두려워하는 수레가 대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달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하지만 이 책의 결말을 통해, 우리는 중간에 기운이 빠져서 수레바퀴 아래 깔리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수레바퀴에 삼켜지고 만다는 것을 발견한다. 내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진정한 두려움의 대상이 아닐지 모른다.

 

#진정한 교육

<수레바퀴 아래서>19세기 말의 독일 교육체계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비춘다. 19세기 말 독일에서는 청소년의 자살이 크게 증가했고, 특별히 군사학교나 기숙학교의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이 때 많은 작가들이 빌헬름 2세의 통치하에 있던 교육체계 속에서 엄격한 규율과 통제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 교육과 교사들을 비판하는 작품을 내놓았다고 한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에 성적에 대한 압박과 혹여 뒤쳐질까 스트레스를 받으며 자신의 마음을 돌보지 못한 한스. <수레바퀴 아래서>의 한스는 지금 대한민국의 수많은 청소년들을 대표하지 않을까싶다. 왜 뛰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달려야하는 아이들과, 혹여나 뒤쳐질까 노심초사하는 부모님의 모습. 이 책이 19세기 말 독일을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21세기 한국을 배경으로 쓰여 졌다 해도 놀랍지 않을 만큼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이다. 게다가 청소년의 자살까지. 우리나라의 교육도 이제는 개혁되기를 바라본다.

 

#상담, 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

헤세가 슈테텐 요양원에 입원할 당시 그의 정신 상태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치료하기가 어렵다. 과대망상을 앓고 있다. 문학적으로 위대한 성공을 꿈꾼다.’ <수레바퀴아래서>주인공 한스도 공부할 때 인물이나 역사의 한 부분이 생생하게 불쑥 튀어나오는 일 등을 경험하는 등 안정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경험하고 있던 한스에게 단 한사람이라도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 질문은 책을 읽어 내려가는 내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이의 정서와 마음을 돌볼 수 있는 사람, 특별히 예민한 시기에 방황하고 있을 청소년에게 그런 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과, 지금의 내가 준비하고 있는 이 과정이 가치 있음을 되새겨본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한스에게, 아니 한 명의 한스라도 진정으로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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