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책

[소설]나미야잡화점의기적

by theone 디원쌤 2018. 2. 11.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게이고

꽤나 두꺼운 책이지만,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다. 이것이 소설의 매력이겠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정말 탄탄하게 구성되어있다. 조각 조각 퍼즐을 맞춰 가는 기분이다.

하나의 퍼즐이 완성되었을 때 느낄 수 있는 감격과 희열이란 :)

책을 읽은지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 여운이 남는다.


 줄거리

내용은 대략 이렇다. 3명의 도둑이 임시로 거처할 곳으로 나미야 잡화점에서 하루를 묵게 되는데, 그곳에서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어느 고민을 가진 한 사람의 편지가 현관에 뚝 떨어지게 되고, 그에 답을 하는 편지를 하게 되면서 그 공간이 과거와 연결되어있고, 자신들은 과거 누군가의 고민 상담을 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실제 상담가처럼 충분한 고민을 가지고, 또 공감을 하며 고민상담을 해주진 않지만 서툰 그들의 편지로 누군가의 인생이 변해가고, 그들의 삶은 또 얽히고 섥혀 있음이 책의 후반부로 갈 수록 밝혀진다.

이런 고민상담의 시작은 사실 몇십년 전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 할아버지로부터 시작되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와 그 삶의 소중함을 아는, 그리고 누구보다 신중하게 경청하고 정성들여 고민상담을 했던 할아버지의 진심이 나미야 잡화점 기적의 시작이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많은 이들의 사연을 접하게 되는데, 모든 삶의 이야기가 참 소중하고 값지다.


 끄적끄적

◆ 상담, 스스로 답을 찾아나가도록 조력하는 과정 

 상담은 그런 것이 아닐까. 한 사람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고, 공감하고, 함께 하는 과정에서 결국 그 사람이 답을 찾아나가도록 하는 것. 누군가의 조력자가 되어줄 수는 있지만, 그 사람의 인생을 살아줄 수는 없다. 결국 삶은 스스로 선택해가야 하는 과정이며, 우리는 그저 그 순간을 함께 고민하고 도와줄 뿐이다.

책의 초반부에 도둑 세명이 고민편지에 대해 그 사람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들이 생각과 판단만을 잔뜩 적어놓은 답장을 보낸다. 상대는 상처만 받고 끝나겠다라고 지레짐작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답장을 받은 사람은 그 내용을 자신의 나름대로 해석했고, 도둑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스스로 판단하여 선택을 했다. 그 결정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 잘한 것인지 아닌지는 알지 못하지만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였고, 들여다 보았고, 다른 사람들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기준에서 만족스러운 선택을 했다.

나미야 잡화점의 할아버지는 도둑들과는 다른 경우이지만, 여러 고민상담을 하던 중 어떤 사건을 계기로 자신이 실수한 것은 아닌지, 혹여나 자신의 상담 내용이 누군가에게 해가되지는 않았는지 괴로워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리고 미래에서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의 편지를 받아보며 자신의 기우였음을 깨닫고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조금 전에도 말했잖아. 중요한 건 본인의 마음가짐이야. 내가 보낸 답장이 누군가를 불행하게 만들었을까 봐 마음이 괴로웠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우스운 얘기다. 나처럼 평범한 영감의 답장이 남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힘 따위, 있을 리 없어. 그건 완전히 기우였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아버지의 얼굴은 흐뭇해 보였다.

상담가는 신이 아니다. 답을 알지 못하고 결정을 내려줄 수도 없다. 다만 그 과정을 함께 할 때 고민하고 있는 그 사람이 자신의 내면을, 진짜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비춰주는 것이겠지 :)

◆  나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이가 있다는 것 

 실제로 나미야 잡화점이 존재한다면, 수백, 수천통의 편지가 몰려 주인이 답장을 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사실 우리에겐 수많은 나미야잡화점이 있다. 인터넷과 전화로 수많은 고민상담을 요청하고, 직접 상담센터를 찾아가기도 하며, 전문적인 조력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자신의 고민을 익명으로 털어놓을 수 있는 앱, 홈페이지, sns 등을 다양하게 이용하고 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단 한 사람이라도 나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함께 고민한다면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든든한 버팀목에 기대어 쉴 수 있다. 나 또한 그러한 버팀목이 있어 지금까지 올 수 있었고, 또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기를 바라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소해보이는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고, 모든 개인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그 마음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도 이 사람은 기뻤을 거예요. 농담 삼아 보낸 질문을 무시하지 않고 진지하게 대해준 거. 그래서 계속 기억하고 있었겠죠."

 

◆ 내 삶이 값질 수 있는 이유 

또 하나 마음에 남았던 것은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지금까지 있을 수 있었다는 것.

자신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존재라는 생각에 자살을 택하려했던 누군가의 이야기가 나온다. 어머니를 원망하던 그 사람에게 한 친구가 찾아와 그 어머니가 자신을 낳기까지 어떤 희생을 감수했는지, 딸의 행복을 위해 본인의 모든 것을 바친, 감춰두었던 이야기를 꺼낸다. 이야기를 꺼낸 친구는 알지 못하는 한 사람이 자신의 남동생을 불길 속에서 구해주어, 그 사람의 은혜를 늘 마음에 새기고 사는 친구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편지내용이 마음을 참 울렸다.

'자신과 남동생은 죽을 때까지 그 사람에게 감사하며 빚을 갚을 거라고 친구는 말했습니다 .사람의 목숨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느냐면서 울었어요.'

누군가의 죽음으로 한 생명을 받았다면, 마땅히 그것을 마음에 새겨야할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 하루하루가 얼마나 값진지 기억할 것이다. 이 한 문장이 다시금 내가 가져야 할 마음을 알게 해준 것 같다.

그리고 문득 생각난 노래 , 노바샘의 꽃이피기까지 ♬

 너가 꽃을 피우기까지 누군가는 사랑으로 너를 심고
너가 꽃을 피우기까지 다른 이는 인내로 너를 키운다

◆  잠시 발걸음을 멈추는 시간

이 책의 마지막, 나미야잡화점의 도움으로 큰 성공을 거둔 한 여인이 나온다. 많은 부를 거두고 승승장구 할 때쯤, 예상치 못한 사건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리고 누군가 그녀에게 그런 말을 한다. '흥, 약한 사람 편이라고? 돈벌이 안되는 건 가차 없이 잘라내 버리면서!' 이 말을 곰곰히 생각하던 그녀가 앞만 보고 달렸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자신을 돌아본다. 이제는 자신과 또 앞만 보고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 것이리라. 또 그 모든 부가 자신의 힘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었음을 기억한 것이다.

'분명 열심히 달려왔다. 하지만 너무 앞만 바라보며 달려왔는지도 모른다. 이건 천벌 같은 게 아니라 그런 급한 발길을 멈추고 잠깐 쉬었다 가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 일이 아닐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