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빅’을 통해 보는 대중예술의 표준화와 사이비 개성화
2012
최근 KBS 월화 드라마 ‘빅’이 관심을 받고 있다. 드라마 ‘빅’은 아직 시청률은 저조 하지만, 홍자매의 작품으로써 특별히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으며, 더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드라마 ‘빅’을 보다보면 생각나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작년 초에 종영한 ‘시크릿 가든’ 이다. 드라마 ‘빅’에서 ‘시크릿 가든’ 의 요소가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물론 ‘영혼이 바뀌었다.’ ‘영혼 체인지’ 라는 설정이다. 우연한 사고에 의해서 둘의 영혼이 바뀌는 것, 그리고 그것으로 겪는 좌충우돌 스토리. 전체적인 구조에서 두 드라마는 거의 같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기본적인 설정뿐만이 아니다. 스쳐가는 세부적인 장면 하나하나도 ‘시크릿 가든’에서의 장면과 비슷하다. 드라마 ‘빅’의 여러 신(scene)에서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보았던 신(scene)들이 오버랩 되는데, 사소한 장면 하나하나까지 전 작품의 성공요소들을 이번 새 드라마에 끌어다 놨다.
이처럼, 드라마 시장은 ‘표준화’ 와 ‘사이비 개성화’ 의 반복으로 계속 진행되고 있다. ‘표준화’란 이전 성공작품을 참고해서 답습하기만 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또, ‘사이비 개성화’ 란 뭔가 특수하고 개성적인 척 하지만, 결국은 선전하는 가짜 일 뿐이고, 이전의 것과 다를 것이 없음을 설명하는 말이다. 드라마 ‘빅’을 중심으로, 드라마에서 표준화와 사이비 개성화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 지 알아보겠다.
드라마 ‘빅’은 ‘18살 소년이 어느 날 갑자기 30살 어른이 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다룬 로맨스판타지 드라마’ 이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18살 고등학생 경준과 30살 의사 서연재가 우연한 사건으로 영혼이 바뀌게 되면서, 십대 소년이 삼십대의 삶을 겪는 성장기와, 경준의 선생님이자 서연재의 약혼녀인 길다란이 겪는 혼란기를 다루고 있는 드라마이다. 이러한 내용을 보면, 이 드라마에서 크게 두 가지의 설정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소년이 갑자기 어른이 된다는 설정과, 영혼이 바뀌는 해프닝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설정과 소재들이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다. 소년이 어른이 되는 설정과, 영혼이 바뀌는 해프닝을 다룬 드라마와 영화를 우리는 많이 접해 왔으며, 또한 이전에 이런 소재들과 설정들로 흥행한 작품들이 분명히 있다. 드라마 ‘빅’의 작가들은 이전의 성공했던 작품의 요소들을 하나하나 끌어들여 이 드라마에 접목시킨 것이다.
첫 번째로, 소년이 갑자기 어른이 된다는 설정은, 1989년에 개봉한 톰 행크스 주연의 ‘빅(Big)’에서 가져 온 것으로 보인다. 영화 ‘Big’ 의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3세 소년 조수아(톰 행크스)는 놀이공원에 갔다가 소원을 비는 기계'졸타' 앞에서 어른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다음날 조수아는 소원대로 30대 어른으로 변한다. 변해버린 모습 때문에 집에서 살 수 없게 된 조수아는 완구회사에 취직한다. 조수아는 어린이의 감각으로 인기 장난감을 만들어 내면서 능력을 인정받고 어른들의 생활도 경험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소년의 모습을 그리워하게 된 조수아는 다시 기계 앞에서 소원을 빈다. 조수아가 옛 모습을 되찾으면서 모험은 끝난다. 이런 내용의 영화인 ‘빅’은 당시 굉장한 성공을 거두었던 영화이다. 미국에서 1.5억 달러 정도의 흥행성적을 기록하였고 흥행 성적 뿐만 아니라 감독과 주연배우도 유명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고, 사랑받은, 성공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드라마 빅은 이 전에 성공했던 작품의 요소들을 사용함으로, 같은 흥행과 성공을 꾀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드라마의 ‘표준화’를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1988년 개봉한 영화 ‘빅’ 이외에도 소년이 갑자기 어른이 된다는 설정은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서 사용되었다. 이러한 설정은 지금까지 계속 반복되어 왔으며, 지금도 드라마 ‘빅’ 뿐만 아니라 많은 작가들이 사용하고 있는 설정인데, 최근에 특히 드라마 ‘빅’ 이외에도 tvn드라마 ‘아이러브 이태리’가 이러한 설정을 사용하고 있다. tvn 드라마 ‘아이러브 이태리’ 도 영화 빅, 드라마 빅과 마찬가지의 비슷한 내용으로 전개가 되는데, 그 내용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아이러브 이태리’는 엉뚱한 소원 빌기로 순식간에 14살 소년에서 완벽한 몸매의 25살 훈남으로 성장해 버린 기막힌 운명의 남자와 사랑을 믿지 않는 신비로운 재벌가 상속녀의 100일간의 동화 같은 러브스토리다. 드라마 빅은 18살 소년과 30살 의사의 영혼이 서로 바뀐다는 점에서 좀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아이러브 이태리’는 소년이 어른이 된다는 것 등 내용이 영화 ‘빅’과 거의 유사하다. 이렇게 같은 설정이 계속 반복되는 것을 통해 대중예술이 새로운 시도를 망설이고 이미 보장되고 이미 성공했던 케이스를 따르려는 성향을 갖는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중 예술은 말 그대로 대중을 위한 예술, 즉 대량생산의 개념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영혼이 바뀌는 해프닝이라는 설정을 드라마 ‘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영혼이 바뀐다는 설정 또한 우리가 많이 보아오고 접했던 설정이다. 실제로, 드라마 빅의 남자 주인공인 공유도 이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을 정도이다. 다음은 공유의 인터뷰 내용이다. -“나 역시 작가를 처음 만났을 때 ‘영혼 체인지’라는 설정이 식상하지 않느냐고 질문했었다”라며 “전에 나왔던 작품들과 비교를 안 할 수가 없을 텐데, 소재 자체만 놓고 볼 때에는 큰 차이가 없고 진부해 보이는 것은 사실”- 특히나, ‘영혼 체인지’라는 소재는 최근에 시크릿 가든이 이 소재로 큰 흥행을 해서, 더 식상해보이고 진부해보이기 쉽기 때문에 이러한 우려를 표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반대로, 전에 이 소재와 이 설정으로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졌고, 이러한 설정이 흥행과 성공의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 보았기 때문에 식상할 것이라는 우려를 무릅쓰고라도 이전 성공의 전차를 밟았을 것이다.
2011년 01월 16일에 종영한 시크릿 가든은 남녀의 영혼이 바뀐다는 뭔가 색달라 보이는 설정 아래, 최고 시청률 31.4% 를 기록한 성공작품이다. 드라마 ‘빅’의 작가도 이것을 보고 그대로 이러한 요소들을 가져온 듯싶다. 영혼이 바뀐다는 설정은, 시크릿 가든 이전부터 많이 사용되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설정인데, 대표적으로 우리 나라 영화인 ‘체인지’를 들 수 있다. 영화 ‘체인지’는 1996년에 개봉한 영화로, 시크릿 가든보다 15년 정도 앞선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시크릿 가든과 거의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96년 영화 ‘체인지’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 전교생 600명 중에 500등을 하는, 도통 공부에는 관심이 없는 강대호(정준)는 오늘도 지각이다. 야속하게 간발의 차로 닫히는 교문 앞에 모범생 재우(장성원)와 새침 떼기 은비(김소연)가 서서 이름을 적고 있다. 대호는 학생 주임 미친개(이경영)에게 걸려 여지 없이 화장실 청소로 하루를 보낸다. 청소를 마치고 나오는 대호와 마주치는 은비, 갑자기 불어온 폭풍에 두 사람의 몸은 바뀌게 되고... - 이렇게 우연한 사고로 둘의 영혼이 바뀌게 되면서 겪는 스토리를 그린 영화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시크릿 가든과 거의 다를 것이 없음을 알 수가 있다. 우선 가장 기본적으로는 남녀의 영혼이 바뀐다는 점이다. 영혼이 바뀌는 것을 주된 설정으로 하는 드라마라도, ‘시크릿 가든’이나 ‘체인지’처럼 남녀의 영혼이 바뀌는 것이 있는가 하면 드라마 ‘빅’처럼 남자끼리 영혼이 바뀌는 것이 있기도 하고, 여러 가지가 있는데, ‘시크릿 가든’과 ‘체인지’는 모두 남녀의 영혼이 바뀌는 것을 소재로 하여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아주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남녀 간의 영혼 바뀜이라는 같은 설정으로 인해 남녀 간 영혼이 바뀜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이 유사하게 그려진다.
시크릿 가든과 다른 점은, 영혼의 바뀜을 학생들에게 적용시켰다는 점인데, ‘시크릿 가든 ’과 ‘체인지’ 모두 남녀 간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신체적 현상에 대해 재치 있게 다루며 웃음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같다고 할 수 있다. 우연한 사고로 영혼이 바뀐다는 설정도 비슷한데, 체인지에서는 번개를 맞고 몸이 바뀌고 시크릿 가든에서는 술을 마시고 비가 올 때마다 영혼이 바뀐다.
세 번째로 비교해볼 수 있는 것은, 단순한 바뀐 영혼들이 단순한 성별의 차이가 아니라, ‘체인지’에서는 우등생과 열등생 이라는 극과 극, 또 시크릿 가든에서는 부유층과 빈곤층이라는 극과극의 상황을 설정하고, 서로 극과 극의 성격을 가진 아이들이 영혼이 바뀌면서 겪게 되는 상황들에 의해 서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이다. 사실 학생들이 어른들로, 번개가 비로, 우등생과 열등생이 부유층과 빈곤층으로 약간씩 변화가 있는 것이었을 뿐, 이 둘을 비교하면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을 만큼 다른 것이 없다.
여기에서 대중예술에 나타나는 표준화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이비 개성화의 특징까지 살펴볼 수 있다. 시크릿 가든을 방영할 당시, 사람들은 굉장히 색다르고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며 시크릿 가든 이라는 드라마를 보았었다. 언론에서도 영혼이 바뀐다는 소재의 참신하고 독특한 아이디어라고 보도를 했고, 모두들 그렇게 알고 참신하다는 생각아래 시크릿 가든을 보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소비자들의 소비를 부추기기 위해, 예전의 것과는 ‘뭔가 다른 특수하고 개성적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일일 뿐이다. 표준화와 더불어 늘 추구되지만, 사실은 개성적인 것을 ‘선전’하는 가짜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한 사이비 개성화가 일어나고, 표준화가 일어나면서, 요즘은 ‘영혼 체인지’가 인기를 몰고 있다. 너도 나도 ‘영혼 체인지’를 갖다 쓰면서 대중예술의 표준화를 이루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어온 ‘영혼 체인지’에 대한 표준화와 사이비 개성화는 최근 들어 ‘시크릿 가든’을 시작으로 ‘49일’ , ‘아이러브 이태리’, ‘빅’ 등의 ‘영혼 체인지’ 소재의 드라마들을 낳게 되었다. 드라마 ‘49일’은 한 몸에 두 영혼이 존재한다는 설정이지만, 약간의 변용일 뿐, 결국은 다른 것들과 같은 노선을 걷는 것이다. 드라마 ‘빅’도 이에 대해 자신들은 조금 다르다고 말은 하지만, 결국은 사이비개성화의 일종이라 볼 수 있다.
다음은 이에 대한 드라마 ‘빅’측의 입장정리 혹은 이에 대한 변명 혹은 해명을 발췌한 기사이다. - 그러나 ‘영혼 체인지’라는 소재는 지난해 ‘현빈 신드롬’을 일으켰던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이나 tvN에서 최근 선보인 ‘아이러브 이태리’ 등에서 등장한 만큼 비교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자칫 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던 ‘시크릿 가든’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 쉬운 상황이다. : 29일 오후 서울 잠실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KBS ‘빅’ 제작발표회에서 이민정은 이와 관련된 질문에 “‘시크릿 가든’이 남녀의 영혼이 바뀌어 서로 사랑하게 되는 설정이었다면, ‘빅’은 나의 약혼자의 영혼이 바뀌는 것”이라며 “완벽해 보이는 남자와 뭔가 좀 부족한 남자가 있는데 여자들의 관점에서 어떤 남자를 선택하면 좋을지에 대한 판타지를 충족하고 정반대의 캐릭터를 비교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차별점을 내세웠다. 공유 또한 우려했던 마음을 드러내면서도 “‘빅’은 단순히 영혼이 바뀌는 이야기가 아닌 한 남자가 성장해나가는 점에 초점을 뒀다. 18세인 남자가 세상과 부딪히며 30대의 사랑을 겪는 과정에서 멋있게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시크릿 가든’이 현빈과 하지원의 영혼이 뒤바뀌어 서로를 알아가며 결국 사랑하고 결혼하는 내용을 그렸다면, ‘빅’은 남학생과 영혼이 바뀐 공유 그리고 그의 약혼자인 이민정이 그 사실을 접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다. 그리하여 결국 이민정은 극 후반부 두 사람을 놓고 갈등하기에 이른다. ‘빅’이 소재의 한계성을 벗어나 어떠한 새로운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려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빅’측에서는 이렇게 자신들은 차별성이 있으며, 특수하고 개성적이다고 말을 한다. 영혼의 체인지 라는 점은 비슷할지 몰라도 남자끼리, 또한 아이와 어른으로의 바뀜을 통해 한 남자가 성장해나가는 점에 초점을 둔다고 했다. 하지만 시크릿 가든과 여타 다른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결국은 영혼의 바뀌는 상황을 통한 사랑 이야기에 더 초점이 맞춰져있어, 별반 다를 것도 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말은 그럴 듯하게, 조금 달라 보이게 특수해 보이게 했지만, 결국은 시크릿 가든과 영혼의 체인지라는 설정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태도일 뿐이고, 사이비 개성화와 보편화의 일종인 드라마일 뿐인 것이다.
지금까지 드라마 ‘빅’을 통해 드라마의 보편화와 사이비개성화에 대해 살펴보았다. 드라마의 소재와 내용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결국은 다 같은 내용이며 다른 것이 없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1박 2일에서 소수의 사람들끼리는 카레꽃게찜을 시도해보는 것이 쉽고, 학생급식실에서는 몇천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카레꽃게찜을 시도하기 어려운 것 처럼, 대중예술도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량생산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이전의 성공한 케이스대로 따라가며, 간만 조금 달리해서 오리지널 꽃게찜을 만들어 내야만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안주하고 답습하고 따라가는 대중예술이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참신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독특해 보이고 새로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참신하고 독특하고 새로운 것들을 정말 연구하며 적용해보는 용기와 노력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지금의 이 ‘빅’드라마가 15년 뒤에 똑같은 모습으로 무늬만 바뀌어서 나오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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