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추천을 받아 읽게 된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학부 수업을 들으면서도 융의 분석심리는 늘 알쏭달쏭 했는데, 그래서인지 더 호기심이 생겼던 책이다. 대학원 필기시험의 쓰라린 실패 이후에 이제 무엇을 해야하는지 나는 무엇 때문에 살아가고 있는지 답을 찾지 못하고, 그야말로 '멍'항 상태로 혼란과 우울, 막막함 속을 걷고 있을 그 때 이 책이 나에게 조금이나마 가이드가 되어주었다.
책의 앞, 소개 부분에서 눈에 들어 온 문장이 있다.
"생명의 물은 가장 예상치 못한 자리에서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모든 일이 내가 계획한대로, 또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기만을 바라지만, 사실 인생은 그렇지 않다. 한치 앞을 알지 못하고 때론 좌절과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보물은 내가 예상하고 생각했던 곳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혀 생각치 못한 곳, 예상치 못한 그 그림자에서 발견될 수 있다.
나의 그림자
집단 문화는 우리에게 어떤 특정한 양식에 따라 행동할 거을 요구한다. 이 과정을 통해 자기에서 자아와 그림자가 분리된다. 그림자는 자신의 일부이지만 스스로 거부하거나 억압해온 내면으로, 그것이 자아보다 더 큰 에너지를 집적할 경우 분노로 폭발하거나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면 나의 그림자는 '나쁜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No'이다.
빛과 그림자 균형잡기
빛과 그림자는 상반된 것이 아니다. 강한 빛이 있을 수록 강한 그림자가 있다. 빛을 밝힌다는 것은 곧 그림자를 만드는 것이다. 빛이 있을 때 우리는 그만큼의 그림자가 뒤따른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되며, 그림자를 발견할 때 또한 빛의 존재를 망각해선 안된다. 이 책에서는 빛과 그림자를 시소로 비유한다.
어느 한 가정은 한 구성원이 운이 좋은 일, 축하받을 일이 생겼을 때 일주일간 집청소를 한다고 한다. 이는 위에서 말한 시소비유를 통해 이해할 수 있는데, 우리가 바른쪽에 치우친 행위를 했다면 그 반대편 행위로 시소의 균형을 맞춰줘야 한다는 것이다.
온전함, 통합
나의 어두운면을 발견했을 때 이를 부정하고 거부하면 내면의 다른 곳에 어두움이 저장된다. 의식적으로 그림자를 투사하지 않으면 그림자를 남에게 투사하게 된다. 화를 내거나 짜증을 드는 등이 그 예이다. 사회에서 나타나는 범죄행위 등도 이 사회가 건강하지 못한 방법으로 그림자를 남에게 투사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림자를 위와 같이 신경증적 행동으로 표출할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통합하여 온전해야 한다. 이를 어떻게 할 수 있는가. 이 책에서는 안전한 장소에서 그림자를 만나 평상시 상상할 수 없었던 일탈행위를 해본다면 그 안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단적인 예로 나의 그 폭력성을 담은 단편 소설을 적어보거나 예술로서 승화시키는 것등이다. 이 대목에서 친구가 혼자 걸으며 욕을 하면서 화를 푼다고 했던 게 기억이 났다.
역설
우리는 내면의 존재하는 상반된 것들을 다루느라 삶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인생을 보낸다. 예를들어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중 무엇을 선택해야할지와 같은 고민이다. 하지만 서로 대극이 되는 둘의 충돌은 누전이 일어나는 것과 같이 에너지를 소모하게만 한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바로 역설이다. 양쪽 모두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반대에서 역설로의 변형은 양쪽의 이슈나 상반된 가치 모두를 허용하고, 그 양자를 동등한 가치나 위엄으로써 수용하는 것이다. 역설을 무시하고 거부하는 것은 즉 자신을 쓸모없는 모순 속에 살도록 가두게 된다. 모순은 무의미라는 괴멸스런 짐을 우리에게 지워주는데,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어떤 힘겨운 고통도 감내할 수 있지만 의미가 없다는 우리는 견뎌내기 어렵다.
신의영역
막막한 순간에 도달했을 때, 서두에 말한 "최상의 보물은 가장 무시되어왔던 자리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역설의 정수를 기억하고자 한다. 책의 저자는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인간은 신의 행위에 의존한다고 밝힌다. 역설에 동의한다는 것은 곧 고통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며, 이는 자아보다 훨씬 더 큰 세계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느끼는 지점에서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지금은 '나보다 더 큰 곳으로 초대받은 순간'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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