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TUDY/교직

학교폭력의 이해/지식채널e 별 일 없냐구요

by theone 디원쌤 2020. 9. 5.

지식채널e, ‘별 일 없냐구요는 학생들이 직접 만든 UCC. 학교 폭력을 당하고 있지만 별 일 없냐는 말에 그저 라고 답할 수밖에 없는 학생의 모습이 마음 아팠다. 영상 속 학생이 말하듯, 아이들은 별 일 없어도 나의 하루를 궁금해 하는 사람이 옆에 있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별 일이 없다고 하면 그렇구나하고 그냥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요즘 하루가 어떤지, 어떤 생각을 하며 주로 보내는지 더 궁금해 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영상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할만한 점은 자기보고식 학교폭력 실태조사였다. 이 설문조사가 정말 자신의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회의를 느끼는 학생의 입장이 이해가 간다. 초창기에는 학교폭력 설문조사를 학급에서 실시하고, 이후에는 컴퓨터실, 그 다음으로집에서 실시하는 등 변화를 거듭하고 있으나, 여전히 타당도와 신뢰도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가해자가 가해를 했다고 응답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므로, 가해응답률이 곧 가해율인 것처럼 해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피해응답률도 실제 피해상황을 나타내지 못한다. 학교폭력의 질적인 내용 또한 파악할 수 없으므로, 학교폭력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현재의 학교폭력을 진단하고 이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를 토대로 한 보도자료 등의 해석을 신중히 살펴볼 필요를 느낀다.

학교폭력 사안처리는 몇 가지 한계를 지니고 있는데, 이를 교사, 피해자, 가해자, 또래집단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었다. 먼저 교사는 수업, 생활지도, 행정 등 과도한 업무를 맡고 있으며, 세대 간 갈등으로 인해 생활지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입시위주의 교육환경에서 교사가 갖는 역할과 힘이 약해지고 있으며, 교육적 권위를 상실하고 처벌권자의 위치에서는 것도 그 한계라 할 수 있다. 피해자 입장에서 볼 때는, 사안처리를 통해 피해자의 고통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사안처리의 목적은 가해자를 벌주는 것이므로 피해자는 방치되어있다고 느낀다. 사안처리 이후의 치유과정이 부재하며 가정에 대한 치료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별 것 아닌 것으로 신고했다는 비난, 2차 피해에 쉽게 노출되는 한계를 갖는다. 가해자에게는 낙인이 찍힌다는 점, 공식적으로 사과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 기본적으로 격리하는 시스템, 책임지는 기회를 얻을 수 없는 점 등이 한계로 지적된다. 따라서 가해학생에게 단순히 처벌을 가하기보다 문제해결법을 가르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래집단은 언제 자신에게 그런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과 두려움을 느낄 수 있으며, 폭력에 적응하고 순응하게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학교폭력이 대체 무엇일까? 학교폭력에 관한 정의는 여러 안타까운 사건을 거치며 계속적으로 수정되어왔다. 지금 정의하는 학교폭력은 학교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한 여러 형태의 폭력에 의해 신체 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것이다. 가장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신체폭력에는 상해, 폭행, 감금, 약취, 유인 등이 있다. 더욱 주의를 요하는 것은 언어폭력인데, 명예훼손으로 서로 고발할 경우 판단이 어려우며, 그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안처리 과정대로 처벌하고 끝나다보니, 아이들은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되면 문제가 아니라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사안 처리의 기준만 남고 교육적 기준이 상실되어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학교폭력에 대한 우려가 깊다. 이외에도 금품갈취와 강요, 따돌림, 성폭력, 사이버 폭력 등 다양한 형태로 학교폭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학교폭력은 갈등으로서의 학교폭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갈등에서 비롯된 폭력임에도 우리는 쉽게 표면적인 폭력에만 초점을 맞추어 학생들을 처벌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교육적으로 지도하고 이끌기 위해서는 사후처리적인 방식이 아닌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어야 한다. , 갈등은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지만, 학교는 학생들에게 이런 갈등을 어떻게 비폭력적으로 풀어갈 수 있을지 가르쳐야하는 것이다. 또한 피해자가 피해회복을 하고 가해자가 사회적으로 통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사안처리 이후 과정에 대해 고민해야한다.

위와 같은 내용을 고민하지 않고 사안처리에만 능숙한 교사가 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위험성에 대해 생각하며 아이히만이 떠올랐다. 유대인 박해의 실무 책임자였던 그는 법정에서 자신은 히틀러의 명령을 수행한 일개 하수인에 지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생각할 능력이 없는 평범한 관료, 관료제적 타성과 인습적 관례를 따른 명령수행자의 행동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리고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돌아본다. 학교폭력을 처리하는 과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미 제시된 가이드와 법에 따라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적어도 지금 하고 있는 처리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돌아봐야할 것이다. 사안처리대로 했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초래되든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아이히만과 같이 생각할 능력이 없는 관료가 되는 길인지도 모른다.

 

#학교폭력예방 및 학생의 이해 #2019.9.3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