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에 대한 충분한 탐색, 덴마크 교육
- SBS 스페셜「대2병, 학교를 묻다」를 시청하고 -
한국의 대학생들은 소위 ‘대2병’을 앓는다고 한다. 대학생이 되어서야 진로에 대해 고민하며 시작된 방황이 바로 ‘대2병’이다. 입시 교육에 치중된 중․고등학교 교육을 받았던 한국 학생들이 대학 입학이라는 목표가 사라졌을 때 느끼는 공허함과 허탈함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SBS 스페셜 「대2병,학교를 묻다」를 통해 덴마크 교육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찾아보고자 한다.
덴마크의 학생들이 한국학생들과 달리 대2병을 앓지 않는 이유를 갭이어(Gap year)에서 찾을 수 있었다. 덴마크의 학생들은 다음 교과과정에 들어가기 전, 자신의 진로를 계발하려는 목적으로 갭이어 기간을 갖는데, 이 기간 동안 다양한 경험과 교육, 활동 등을 통해 자신의 진로에 대해 충분히 고민한다.
학생들은 갭이어 기간 동안 대안교육을 통해 자신의 진로와 삶을 성찰하며 목표를 설정하는 시간을 갖는다. 애프터 스콜레, 폴케호이스콜레 등이 덴마크의 대표적인 대안학교이다. 14세~18세 청소년 3명 중 1명이 이런 대안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다고 하니 일정 시간을 갖고 자신을 돌아보는 문화가 덴마크에서는 굉장히 보편적임을 알 수 있다.
덴마크에서 대안 교육이 가능한 것은 먼저 충분한 제도적 받침이 있기 때문이다. 덴마크에서는 정부가 에프터스콜레 재학기간을 공립학교와 같이 인정해줄 뿐 아니라, 학비의 60-70% 정도를 지원해준다. 고등학교 진학 후에도 에프터스콜레를 다닌 학생과 고등학교에 바로 진학한 학생과의 구별 없이 함께 수업을 따라갈 수 있다. 학생이 대안학교를 선택하는 데 있어 재정적인 부담이 없으며, 대안학교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도 사회에 낙오될 우려를 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대안학교가 설립되고 있지만 학생들이 대안학교를 선택하기까지는 많은 고민과 결단을 요한다. 공립학교와 같은 재학기간이 인정되지 않는 학교가 많을뿐더러, 대안학교에 진학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낙오된 것, 문제가 있는 것으로 오해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대안학교가 아니더라도 한국 학생들이 대학 입학 전까지 잠시 자신을 돌아보고, 진로를 탐색할 시간이 많아 보이지 않는다. 우선 대학을 입학하고 생각하라는 사회의 압력은 한국의 학생들로 하여금 대2병이라는 문제를 낳게 했다.
결국 덴마크 교육이 한국교육과 다른 점은 학생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폭넓게 제공하고, 학생이 자기 결정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덴마크의 교육은 학생들에게 학생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질문하고, 학생들은 스스로 그 답을 찾아간다. 이러한 문화는 비단 대안학교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확인된다. 수업은 주로 토론 형식으로 진행되며 학생은 학교를 이끌어가는 주체로서 기능한다. 가정에서도 자녀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결정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덴마크의 학생들은 이렇게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살아가며,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진다.
대2병과 같이 학생들의 진로에 대한 혼란과 방황이 대두되면서, 한국에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과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자유학기제’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중학생을 대상으로 자신의 진로를 탐색할 시간을 충분히 제공하는 것은, 당장 덴마크의 갭이어가 아니더라도 학생들이 자신의 삶의 청사진을 그려보고 고민해보며 자신의 흥미와 관심이 어디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도울 것이다. 수능에서 고득점을 맞는 것 보다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어쩌면 교육이 해야 할 진짜 의무가 아닐까. 덴마크의 학생들처럼 학생 개인이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고 자신의 삶을 꾸려갈 수 있을 때 각 학생이 행복한 대한한국이 될 것이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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