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참여하는 중고등학생을 찾아보기 어렵다. 앞에서 교사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곳곳에는 자는 아이들과 딴 짓하는 아이들이 포진해있으며, 대다수의 교사들은 이를 컨트롤하는 것조차 포기한 채 강의만 하고 나오기 일쑤다. 이름을 부르고 통을 치고 어르고 달래보아도 아이들은 요지부동. 이제는 의미가 없다는 말까지 나오는
공교육을 어떻게 살릴 수 있는 것일까.
이런 저런 고민을 하던 중 2014년, 거꾸로 교실(flipped classroom) 내용을 담은 KBS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거꾸로 교실은 말 그대로 전통적인 수업방식을 뒤집는 것이다. 기존의 수업방식에서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관련된 과제를 집에서 수행했다면, 거꾸로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집에서 먼저 강의를 듣고 교실에서는 배운 내용을 토대로 활동을 하게 된다.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수업방식을 완전히 뒤집어 진행하니 아이들뿐 아니라 수업 분위기, 교사와 학업성취까지 모든 것이 변했다. 지금까지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을 보며 우리 공교육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먼저 거꾸로 교실의 가장 큰 특징은 조용히 앉아 교사의 말을 듣기만 했던 학생들이 수업의 주체가 된다는 점이다. 일반 수업에서 학생이 일방적으로 강의를 들을 때는 수업 내용을 이해하는 것 같아도, 막상 문제를 풀거나 과제를 하려고 하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거꾸로 교실에서는 활동과 과제를 통해 자신이 얼마만큼 이해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으며, 부족한 부분은 바로 친구들과의 협동 학습, 혹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해결할 수 있다. 듣기만 하던 수업에서 학생들이 말하기 시작하고, 활동을 통해 직접 배운 내용을 적용하니 아이들의 학업 성취는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또한 거꾸로 교실은 아이들의 흥미와 참여도를 높여 지루한 수업시간이 아닌 재미있는 학습시간으로 만들어 준다. 학생들에게 ‘00아 일어나’, ‘조용히 해’라는 말을 할 필요 없이 학생들 모두가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학습의 장을 열어주는 것이다. 학생은 수업이 지루하지 않아 좋고, 교사는 조는 학생을 깨우지 않아도 되니 학생, 교사 모두에게 win-win인 수업 방식이다.
이 모든 장점 외에 거꾸로 교실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했던 점은 바로 ‘개별화’가 가능한 교육이라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수업에서 학생이 수업을 따라오는 속도는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우수한 학생에게 수업의 수준과 진도가 맞춰지니, 뒤처지는 학생은 결국 학업에 손을 놓게 된다. 반대로 거꾸로 교실에서 교사는 각 학생이 수업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으며, 소외되는 학생 없이 모두가 목표점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낙오자 없는 교육이 한국에서도 실현될 수 있는 토대를 거꾸로 교실이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하지만 거꾸로 교실이 모든 학급에 적용되기에는 몇 가지 한계점을 지닌다. 이 수업을 진행하려면 교사들이 매 수업마다 동영상을 만들어야 하는데, 여러 행정 업무에 영상까지 제작하는 것은 교사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다큐멘터리에 나온 교사들처럼 주말까지 근무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매주 이러한 수고를 들인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동영상 제작에 익숙하지 않은 교사는 수업을 진행할 수도 없다. 이를 위해 동영상 제작과 관련한 연수, 제작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거꾸로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미리 강의를 듣고 와야 한다. 숙제를 하지 않는 학생이 있듯 분명 강의를 듣고 오지 않는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강의를 듣지 못한 학생은 어떻게 수업에 참여시킬 것인지 미리 계획해두어야 하며, 강의를 듣지 못하는 이유 또한 분명히 파악해두어야 한다. 전자기기가 없거나 가정과 여러 이유로 시간이 확보
되지 않는 아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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