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회복적 생활교육이 무엇인지조차 몰랐는데, 이제 이 교육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감을 잡아가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임용 2차를 준비하며 회복적 생활교육 내용이 나오면 괜히 반갑다. 여전히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느낀 것만으로도 내 안에 큰 변화가 있었다.
마지막 수업은 특별히 트라우마와 회복 탄력성에 대해 배웠다. 어쩌면 우리 교육이 풀어가야 할 숙제와도 같은 영역인 것 같다. 학교폭력은 ‘사고’라고 표현될 정도로 당사자에게 트라우마로 남는다. 트라우마는 심리 정서적 상처로, 위협에 대응하는 기본능력, 대응기제를 압도하는 충격적인 경험을 말한다. 트라우마하면 DSM-5의 PTSD 진단기준이 먼저 떠오르지만, 오늘 수업시간에 설명해주신 비유가 진단기준 보다 마음에 더 와 닿았다. 바로 트라우마는 악셀을 밟으며 브레이크를 밟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차가 움직이지 않아 밖에서 볼 때는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지만, 엔진, 내연기관은 과부하를 겪고 있는 상태, 마치 일상활동을 잘 수행하지만 내면의 극심한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물론 크고 작은 사건은 인간의 삶에서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누구나 트라우마를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외상 경험이 침투적으로 떠오르는 침습증상, 과각성 등 다양한 PTSD 증상으로 이어질지, 혹은 그 경험의 의도적 반추를 통해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그 경험을 적응적으로 자신의 삶에 통합하여 외상적 성장으로 이어질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일기를 쓰는 등의 행동으로 외상적 성장을 경험하게 되기도 하는데, 이 과정을 잘 도와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한 상담을 하는 사람으로서, 나의 이차적 트라우마도 잘 다뤄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자기돌봄, 그리고 동료와의 연대가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Common shock 책을 통해 설명해주신 내용은 마음이 아팠는데, 폭력이 너무 일상적이어서 사람들이 그것을 자각조차 하지 못하고, 폭력에 저항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학교를 넘어 사회 전체가 폭력이 ‘일상’인 문화라면, 학생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알지 못한 채 폭력을 행사하고, 또 폭력의 피해자가 될 것이다. 이처럼 트라우마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고통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즉, 개인에게 초점이 맞춰져있던 것을 벗어나 통합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회적 고통과 공동체 중심을 다루지 않은 채 화해와 용서, 치유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 중 하나는 피해자의 순환이다. 트라우마를 경험하는 사람은 사소한 것도 위협으로 느끼면서 부정적 에너지가 내면에 응축되어 있는데, 자신을 피해자, 선으로 정의하고 타인을 가해자, 악으로 바라보면서 타인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다. 즉, acting out 하면서 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뀌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학교폭력을 다룰 때, 가해자와 피해자가 앉아있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와 피해자가 앉아있다는 말이 씁쓸하게 느껴지는 지점이다.
트라우마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서는 1) 벗어나기, 2) 수용하기, 3) 재연결하기가 중요하다. 첫 번째 벗어나기에서는 피해자의 위치에 머물지 않고 생존자로서의 선택을 하는 것, 직면의 힘을 경험하는 것 등이 중요하다. 두 번째 수용하기에서는 충분히 애도하고 이야기하며 기념,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 재연결하기에서는 위험을 감수하기로 결정하며 용서를 선택하고 정의를 확립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 여기서 ‘용서’는 자신의 선택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가해자가 무엇을 해야만 내가 용서를 한다는 것은 그 결정이 가해자에게 달려있다는 뜻이 된다. 무거운 짐을 벗을 수 있도록 용서를 선택하는 용기와 힘이 우리 안에 있어야 함을 느낀다.
‘진실과 긍휼이 만나고 평화와 정의가 입맞춘다’ 이 문장으로 한 학기의 내용을 아우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갈등이 없는 학교를 만들 수는 없겠지만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공동체의 힘을 기르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최근 교육계는 교사의 치유, 회복탄력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교사가 먼저 회복력을 가지고 공동체에서 효능감을 가지는 것은 학교 공동체가 회복적 정의를 경험하는 데 중요할 것이다. 교재에 나와있듯, 트라우마의 경험과 상황 속에서 탄력성은 개인이나 지역사회가 트라우마를 다루고 극복하고 치유의 경험을 만들어내고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내는 전환의 사건을 이루는 역량을 의미한다. 교사가 먼저 갈등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그 어려움을 서로 극복하고 건강한 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리고 그것을 경험한다면, 공동체는 보다 안전하고 신뢰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동료와 함께 나누고 자기돌봄을 실천한다면 지속적으로 회복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쉽지 않은 교육현장이겠지만, 한 학기 동안 배운 내용을 기억하고 실천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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