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평가제

1.문제제기

 

2012학년도 1학년부터 중학교에 성취평가제가 적용되었지만 여전히 상대평가 또한 실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게 되었다. 이에 우리의 본 발표목적은 성취평가제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 수준을 높이고, 실제 학교 현장에서 성취평가제가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성취평가제의 시행 수준을 확인해본 뒤 성취평가제의 한계점 및 먼저 시행되고 있는 다른 나라와 우리나라의 상황을 비교해보며 현실적인 시행 가능성을 분석해본다.

  본 발표의 연구 문제는 다음과 같이 설정하였다.

  첫째, 성취평가제란 무엇인가?

  둘째, 성취평가제가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가?

 

2. 성취평가제의 이해

1) 성취평가제 정의

성취평가제란 국가 교육과정에 근거한 교과목별 성취기준ㆍ성취수준을 토대로 학생의 학업 성취 정도를 평가하고, A-B-C-D-E로 성취도를 부여하는 평가제도다. 즉 성취평가제는 상대적 서열에 따라‘누가 더 잘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학생이 무엇을 어느 정도 성취하였는지’를 평가하는 제도인 것이다. 성취평가제 도입은 학교 교육의 평가 방식이 학생들 간 서열 중심의 평가(규준참조평가, 상대평가)에서 학생들이 성취해야 할 목표(성취기준) 중심의 평가(준거참조평가, 성취평가)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제7차 교육과정 시기에 적용되었던 절대평가제와 비교해 볼 때, 상대적 서열을 비교하여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목표에 도달한 정도를 평가한다는 점에서 두 평가제도는 공통점이 있지만, 성취평가제에서는 평가의 준거가 되는 성취기준과 성취수준을 명시하고 이에 근거하여 성취도를 평정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2) 성취기준과 성취수준

성취기준은 각 교과목에서 학생들이 학습을 통해 성취해야 할 지식, 기능, 태도의 능력과 특성을 진술한 것으로 교수·학습 및 평가의 실질적인 근거가 된다. 성취기준은 교육과정의 특징과 방향에 맞게 교수·학습 활동과 평가 활동을 전개하기 위한 준거로서 활용해야 한다. 즉, 성취기준은 교사가 무엇을 가르치고 평가해야 하는지, 학생이 무엇을 공부하고 성취해야 하는지에 관한 실질적인 지침을 제공하므로 이를 바탕으로 교사는 교수·학습의 방향을 설정한다.

성취수준은 학생들이 교과목별 성취기준에 도달한 수준을 나타내는 것으로, 성취기준에의 도달 정도를 몇 개의 수준으로 구분하고 각 수준별 학생들의 지식, 기능, 태도의 특성을 설명한 것이다. 성취수준은 성취기준 단위의 성취수준(상, 중, 하)과 학기 단위의 성취수준(A-B-C-D-E 등)으로 구분된다.

   

3) 성취평가제 도입배경
(1)변화하는 한국의 교육상황

인구 감소 현상으로 인해 초·중·고등학생의 수는 점차 감소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창의·인성교육과 맞춤형 교육이 필요해졌다. 동시에 교원 1인당 학생 수 및 학급 당 학생 수가 감소하며 창의적 수업이 가능한 공교육의 여건이 마련되었다.

(2) 기존의 평가제도(상대평가)의 문제점

기존의 상대평가제에서는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학생들이 과중한 학업 스트레스를 받고,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맞는 교과목을 선택하기보다 석차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 중·고등학교 내신 성적 평가방법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3) 성취평가제의 필요성 제기

실제로 정부는 국가 경쟁력제고를 위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창의성과 더불어 살 줄 아는 인성을 기르는 창의·인성 교육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학교교육의 목표, 내용, 방법, 평가 등에 대한 관점이 일관성 있게 관통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이 설계되고 추구되어야 한다. 학생의 적성과 소질 개발에 중점을 둔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와 동시에 학생들의 인성 교육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평가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즉 학생의 잠재력, 적성과 소질,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학생을 선발하는 자기주도 학습전형(고입), 입학사정관제(대입) 등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하도록 중·고등학교 내신 성적 평가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여 교육과학기술부는「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2011.12.13.)」을 발표하였고 그 핵심 내용이 성취평가제의 도입이다.

 

4) 성취평가제 도입 시기

2014년 고등학교 보통교과 성취평가제 도입에 앞서 2012~2013년 시범학교 운영을 통해 시․도별로 다양한 유형의 학교가 참여하여 향후 성취평가제가 안착할 수 있는 방안들을 살펴보기로 했다. 2012학년도 1학년부터 중학교와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전문교과에 성취평가제가 적용되었고, 2014학년도 1학년부터는 모든 고등학교의 보통교과에 성취평가제가 적용된다. 중·고등학교의 모든 교과에 성취평가제가 적용되는 것은 2016학년도부터다.

 

3. 현장의 목소리

- 태랑중학교 부장님 인터뷰

 

Q. 성취평가제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 교사에게 성취평가제에 대한 교육연수가 제대로 이루어졌나요?

A. 학기 초가 되면 교무부에서 내려온 공문을 기초로 전 교직원 연수를 실시하였지만, 선생님들이 추가로 개인적인 연수를 받는 사례는 많지 않다고 봅니다.

 

4. 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성취평가제

1) 핀란드의 성취평가제

핀란드의 교육과정은 일률적인 교과과정을 하향식으로 전달하기보다 상황에 맞는 적절한 교육 방안을 모색할 기회를 주어 교사가 창의적으로 교육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전제에 바탕을 두고 있다. 즉, 중앙집권적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에서 지방자치단체 및 학교, 교사의 자율성을 신장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교과과정에는 학년별 최저 수업시간만을 제시한다. 또한 국가에서 초중등 과정에서 각 과목마다 성취기준을 규정하고 있으나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성취기준을 규정하지 않고 교사가 각 과목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방식을 사용하여 평가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2) 일본의 절대평가제

일본은 ‘무엇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의 ‘무엇을’에 해당되는 것을 4가지 관점에서 평가한다.‘기능’의 발달은 물론‘사고력’,‘표현’까지 주요 학습 목표이자 평가의 대상으로 삼고 있고,‘관심, 의욕, 태도’라는 정의적 영역까지 평가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일본의 경우 절대평가의 필요성에 따라 시행은 하지만 평가의 공정성이나 상급학교 입시문제 등 우리와 같은 고민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하여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유기적으로 접목하여 절대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나 결과는 상대 평가화하여 대입 등에 활용하고 있다. 

 

3) 절대평가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 국가와 우리나라의 몇 가지 여건상의 차이

대체로 교과교실제가 안착되어 있고,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적정하다. 또한 우리나라에 비해 입시 경쟁이 덜 치열하다. 입학이 비교적 쉬운 반면 졸업 기준을 정교하게 설정하고 있으며, 대학 진학률이 대체로 20% 내외이다.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이 70% 이내인 것과 상당히 차이가 있다. 마지막으로 보조 교사 등을 둠으로써 교사들이 행정 업무 없이 교육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적절히 갖추어져 있다.

   

5. 우리나라에서 성취평가제를 적용하는데 한계점

1) 무늬만 절대평가 실제는 상대평가

성취도를 점수로 환산하여 다시 석차를 산출하여 선발에 반영하는 구조 속에서 절대평가의 의미는 퇴색한다. 단지 점수 산출 방식만 점수제에서 등급제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리고 동석차를 구분해야 할 경우 동급 가운데서 결국 원점수를 인용함으로써 결론적으로 점수제 서열화와 별반 다르지 않다.

 

2)‘성취’를 평가하는 것에 대한 인식 부족

핀란드의 초 중학교 교육은 학생이 스스로 자기를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계발하는 것을 과제로 삼고 있다. 자기평가는 학생의 자기인식 성장과 학습능력을 계발하기 위한 것으로서, 학생의 자긍심, 학습자로서의 긍정적인 자아상, 참여 의식을 강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자기평가 능력의 발달과 더불어 자신의 학업 성취와 학습 목표에 대해 인식하게 되며 스스로 학습에 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자신의 학습 과정을 통제하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대부분 우리나라 학생들은 학업의 성취보단 높은 상대적 서열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학습을 하고 자신의 학업 성취를 인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자기평가에 거의 접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성취라는 것을 평가한다는 것에 의문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아직까지도 성취평가제의 근본적 목표에 대한 인식이 불분명하다는 것이 문제다. 즉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를 한다는 것의 의미는 우리가 상대적 석차를 산출하는 것을 넘어 모든 학생의 성공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 우리의 목표는 경쟁의 완화라는 소극적 목표가 아니라 학생의 충분한 성취라는 적극적 목표여야 한다. 모든 학생은 적절한 여건이 마련되면 충분한 배움에 이를 수 있다는 신념이 중요하다.

   

3) 교사들의 성취평가제에 대한 부정적 반응

좋은 교사 운동회원(성취평가제 실시 중인 교사, 아닌 교사 포함) 123명을 대상으로 2013년 10월 22일~27일에 실시한 조사에서 성취평가를 통해 긍정적인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의 51%는 별 변화가 없다고 답하고 있고, 긍정적인 답변은 30% 정도였다. 수업을 하거나 평가를 할 때 교육과정평가원의 성취기준을 활용하는 비율도 반반으로 나뉘고 있다. 또한 성취평가를 실시한 응답층이 교육과정평가원의 교과 성취기준이 수업이나 평가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다소 낮게 나타나고 있다.

전반적으로 성취기준을 의식하여 수업과 평가의 목표를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온 점도 있지만 성취기준이 기존의 교과 내용의 진술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이원목적분류표에 성취기준을 넣는 것 외에는 실제적으로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는 인식이 다수였다. 또한 성취기준이 구체적인 수업이나 학교의 실정과 잘 맞지 않거나 모호하게 진술된 측면이 있어 실제 수업과 평가에 활용되지 못하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4) 교사를 대상으로 한 성취평가제 연수의 부족

교사를 대상으로 한 연수지원 프로그램이 질적, 양적, 시기적으로 부족하다.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연수 및 홍보는 2012학년도 성취평가제가 이미 시행된 3월 이후에 제공되어, 교사들이 성취평가제에 관하여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준비할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또한 성취평가제의 근본 철학에 대한 교사들의 충분한 공유가 이루어지지 못하여 정확한 평가에 어려움이 있다.

 

5) 성취평가제 대입 미반영

교육부는 지난 2013년 8월 27일 내놓은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시안)'에서 성취평가제 대입 반영을 2019학년도까지 유예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2020학년도 이후 대입 반영 여부는 2014∼2016년 일선 고교의 성취평가제 운영 결과와 정착 정도를 평가해 2016년 하반기 중 결정하기로 했다. 이 기간 대학에는 현행처럼 상대평가 자료인 석차 9등급과 원점수, 과목 평균, 표준편차가 제공된다.

목적과 취지가 좋다 하더라도 학교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우려되는 사항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등학교 성취평가제 도입과 관련하여 언론 및 교원단체, 국공립고등학교장회 등에서 대학의 준비부족, 성적 부풀리기 문제, 일반고 경쟁력 약화 등의 이유로 고교 성취평가제 도입 유예를 요구하였고, 이에 대해 장기간의 숙고 끝에 ‘고교 보통교과 성취평가제 대입 반영 유예'를 발표한 것이다.

 

 

6. 성취평가제 도입에 따른 교사의 역할

학생 평가 방식이 성취평가제로 전환됨에 따라 학교 교육과정을 설계할 때, 교육목표, 교육내용, 교수·학습 방법, 평가 방법이 성취평가제와 일관성이 있도록 설계하여야 한다. 즉, 학생이 도달해야 하는 교과별 성취기준을 정하고 그에 적합한 교수·학습 활동을 전개한 다음, 성취기준에 어느 정도 도달했는지 평가하고 성취기준에 근거하여 교과의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파악하여 학생을 지도하도록 한다.

또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평가 계획을 수립하고 타당도 높은 평가도구를 제작할 수 있는 교사의 평가 전문성이 요구된다. 즉, 교육과정에 근거하여 성취기준이 적절한지, 성취기준에 근거한 교사의 교수·학습 활동이 적절하였는지, 성취기준이 제대로 성취되었는지, 평가도구가 타당했는지 등에 대하여 진단하고 개선해나가는 자세를 통하여 교사의 평가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의 성적을 서열화하기 위하여 어려운 함정문제 출제, 동석차를 줄이기 위한 인위적인 소수점 배점부여 등과 같이 변별력 확보에 치중하였던 평가 방법에서 벗어나 학생이 성취기준에 도달하였는지를 평가하여 학생의 실질적 학력 향상을 추구하는, 즉 평가 본래의 목적을 추구하고자 하는 교사의 인식전환이 중요하다.

 

7.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성취평가제의 시행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평가제도와 대입과의 연결성 부족이다. 대한 민국 사회에서 비정상적으로 중요시 되는 대학입시에서 학생들은 경쟁 구도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먼저는 성취평가제와 대학입시와의 연결고리가 분명해야 한다. 성취평가제와 대학 입시와 연결이 되기 위해선 대학에서 실제적인 입학사정관이 확대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의 교수⦁학습과 평가도 전인적인 교육과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강조한 것이 전인적 교육이고, 이에 따른 방법으로서 성취평가제를 채택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입시 풍토는 우리가 원하는 전인적 교육을 할 수 없게 한다. 결국은 경쟁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진정한 성취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야할 것이다. 예비교사로서 우리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평가하는 이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학생들이 진정한 성취를 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