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쿠쉬전 초대장 기한이 하루 밖에 남지 않아, 시간을 비워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으로 출발했다.
동양미술사 수업에서 간송미술관을 다녀온 후 미술전에 푹 빠진터라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했다.
예술의 전당은 남부터미널역에서 내려 4-2번 출구로 나와 10여분간 걸어 도착했는데 예상보다는 꽤 걸은 느낌이었다.
예술의 전당 입구로 들어오면 카페를 지나 왼쪽에 보이는 계단을 걸어 올라가 한가람 미술관으로 들어가게 된다.
블라디미르 쿠쉬전은 한가람 미술관 2층에 전시되어 있으며, 초대장을 확인하고 Vladimir Kush 전 입구로 들어갔다! *_*
작가소개
Vladimir Kush
블라드미르 쿠쉬는 세계가 인정하는 초현실주의의 회화의 거장으로 '러시아의 달리'로 불린다.
1965년 모스크바 생으로 예술적인 분위기의 집안에서 자랐으며, 7살 때부터 아트클래스를 다니며 르네상스, 인상파, 모더니즘 등
다양한 화풍의 그림들을 습작하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초반에는 세잔느 등의 인상파 영향을 받은 그림을 그리다가 14세부터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그림을 그렸다.
특히, 사실주의 화법 ( Real ) + 은유화법 ( Metaphor ) 의 합성어로 Metaphorical Realism
이라는 쿠쉬만의 화풍으로 미술계의 독자적 입지를 가지게 되었다.
뛰어난 상상력과 몽환적인 동화적 표현으로 시대와 시대를 아우르는 작가이며 회화 뿐만 아니라 조각, 판화에서도
그만의 독창적인 위트를 발휘하고 있다.
전시회 감상
무의식
해상도시
곳곳에 있는 건물들과 그 빛은 실제 강 혹은 해변 앞에 서 있게 하는 느낌을 준다. 한강에서 본 야경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고.
이 빛에 매료되어 한참을 바라 보았다. 현실과 환상의 세계 그 어딘가에 있는 듯했던 작품
철의 서커스
처음 볼 때는 그저 '철이 서커스를 하는 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계속 보다보니 재미있는 디테일들을 발견하는 재미에 쏙 빠지게 되었다. 먼저는 그냥 조명인 줄 알았던 빛이 사람의 얼굴에서 나오는 것이 신선했다. 관중석 한 사람 한 사람의 디테일과 차이를 발견하며 즐겨워 하다 시선이 무대로 향했다. 가위들은 자전거를 타는 듯 활짝 벌린채로 주위를 돌고 있고 그냥 철인줄만 알았던 도구들 하나하나에는 얼굴들을 그려져 마치 사람인 것처럼 형상화되었다. 가위는 자전거 뿐만 아니라 하늘에 손잡이를 달고 공연하기도 한다. 펜치와 사다리 팽이 수저 심지어 문과 그 위의 의자까지 사람의 모습처럼 표현된 얼굴과 표정을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누구나 한 번쯤 어렸을 때 그런 상상을 해보지 않았을까. 내가 잠든 사이 물건들이 그들의 파티를 벌이는 상상. 실제 이러한 서커스가 내가 모르는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을 것만 같다.
유카탄의 성스러운 새
처음에는 뭔가 싶었던 유카탄의 성스러운 새는 관람차의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1,2 단에는 알 수 없는 형상화 된 문자들이 3단에는 관람차의 모습을 생각나게 하는 한 쌍의 사람들이 안에 있다. 비어있는 칸도 있고, 혼자 있는 사람도 있고, 약간은 다투는 듯, 혹은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듯, 하이파이브를 하며 즐거워하는 등 여러 모습들이 있다. 들어가는 사람들을 가만히 보니 나비처럼 더듬이와 얇은 날개가 있는 사람도 있고 머리에 풀로 장식한 채 들어가는 모습도 보인다. 자신보다 큰 물고기를 이고 들어가기도 한다. 이곳만의 전통적인 문화일지 궁금해진다. 유카탄이라는 지역이름을 제목에 넣은 것으로 보아 그 지역만의 어떤 문화나 모습들을 넣어 놓지 않았을까 싶다.
아프리카 소나타
얼핏보면 아프리카의 모습인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모든 것이 음악으로 표현되어있다. 구름으로 둔갑한 음표와 함께 음악이 나오는 듯 휘어지는 화산의 연기. 풀들 또한 악기로 표현되어있지만 이것들이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을 통해 실제 아프리카에 있는 듯한 느낌과, 그 안에 음악이 웅장하고 고요하고 아름답게 흐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각각의 특성을 실제에 자연스럽게 녹여놓았기 때문이 아닐까. 트럼펫도 코끼리와 같이 주름져있고 악기도 마치 풀인 거처럼 천연덕 스럽게 그 자리를 지킨다. 아프리카만의 색도 놓치지 않고 신비한 느낌을 주면서, 비현실적이나 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도시의 물고기
이쯤 보니 쿠쉬 작품의 특징이 조금 파악이 된다. 분명 현실 속에 있지만 그 현실안에서 평소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그런데 꽤나 자연스러워 위화감이 없다. 이 작품에서는 애벌레가 다리가 되었다. 애벌레의 미세한 털은 풀이 되어 사람이 다듬고 있다. 다리 중앙에는 거미 한 마리가 내려와 강에 고요한 파동이 생긴다. 그 밑으로 거대한 물고기가 위를 올려다보고 있다. 우리의 일상을 그렸지만 우리가 알지 못했던 비밀을 밝혀주는 듯한 그림이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채 풀을 다듬거나 경치를 감상하거나 논쟁을 벌이고 있는듯하다. 어쩌면 살아가면서 그 일상 속에 감추어진 무언가는 놓친채.
해수면 위
해수면 위 그림에서 이 거대한 지하세계는 소라로 표현된 듯하다. 마치 바다를 모두 제쳐내고 땅만을 보고 있는 듯 소라는 장엄하게 서있다. 그 위에는 거대한 성이 있다. 설산을 배경으로 그 안에 따뜻한 벽난로가 있을것만 같은, 아름다운 불빛이 비치는 성. 마차를 끌고 문 앞에 있는 사람을 보니 이제 막 집에 도착해서 따뜻한 집에서 몸을 녹일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을 담은, 성, 지상의 세계.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우리의 초점을 그곳에 두게 하지 않는다.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해수면 아래의 세계, 보이지 않는 거대한 받침대의 세계를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그 밑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이 거대한 성을 바쳐주는 거대한 지지대는 무엇일까.
지중해로의 하강
현실 속에 비현실을 담아낸다. 이것을 가장 잘 표현한 것 같다. 현실 속에 오묘하게 사람을 감쳐두었으니 말이다. 풀과 하늘 다리 모든 것을 교묘하게 사용해 사람을 만든다. 직접 그린 것은 다리와 발밖에 없지만 모든 것이 합쳐져 사람을 만든다. 하늘을 담은 머리 바다와 집을 담은 상반신, 다리위를 걷되 다리가 다리가 된 하반신. 얼굴에 있는 구름 또한 얼굴을 이루는 듯 하다. 몸은 마치 그 모든 것을 담은 티셔츠를 입은 듯 하고 자연을 그린 것 같으되 사람을 그린 참 묘한 그림이다.
이카루스
해변에 둔 모과 같은 것이 바다를 동경하는 듯 공상에 잠긴 듯 있다. 꼭지에 잎이 날개가 되어 사람 형상처럼 보이는데, 금방이라도 바다에 날아갈 것만 같다. 하지만 무거운 모과에 박혀 나아가질 못한다. 반대로 나비들은 자유롭게 날고 있고 깃털은 옆에 놓여있다. 자유를 갈망하는듯 하지만 갈 수 없는 모습이 조금은 서글퍼보인다. 바다는 동경할만큼 아름답다.
잃어버린 선글라스
사실 입장을 늦게 한터라 시간이 많이 없었는데, 생각없이 '무의식'파트에만 몰두하며 보다 뒤에 두 파트는 부랴부랴 감상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다음부터는 조금 더 여유있게 도착하도록..
욕망
삼미신
쓰러진 팽이들 사이에서 오직 세개의 팽이만이 춤을 추며 공연하고 있다. 이들은 이 모든 팽이를 제치고 올라온 것일까? 이것이 진짜 성공일까? 우리나라의 입시주의 교육을 생각하게 된다.
안식처로
거친 파도에서 어떠한 섬으로 가고 있다. 이들에게 안식처인 모양이다. 하지만 그 섬조차 양초 섬이다. 촛불이 다 타고 나면 사라질 안식처, 참 불안해보인다. 우리 또한 곧 타버릴 안식처를 향해 그렇게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에덴의 호두
옷장
환상
플라워 선박의 입항
발견의 일기
이 작품은 걸음을 멈춰 한 번 더 보게 되었다. 그래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그린 것인지 찾아보았다. 이 작품에 대한 소개는 다음과 같다.
“이 작품에서 책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는 여행지, 일기 또는 역사서 일 수 있으며 그것들은 지식과 지혜의 상징이다. 책의 한 페이지가 낱장으로 변화하여 비상하는 찰나는 일상의 것들과 멀어지면서 상상의 순간을 의미한다. 작가는 이 순간 진리의 발견, 계시의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해변의 일출
하늘과 바다의 신화
지금까지 본 작품들의 모음집같은 작품.
뒷 부분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후회없는 전시회였다. 색감과 창의력, 상상력은 기대와 상상 이상이었고, 많은 자극과 즐거움을 얻고 온 블라디미르쿠쉬전이다. 작품 하나하나 놓칠 것이 없었던 전시회. 전문적인 예술가처름은 아니지만 나만의 생각과 아이디어들을 작품으로 표현해보고 싶은 욕구가 치솟는다. 언젠가 나만의 색깔을 표현해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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